본문 바로가기

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장사는 어떻게 하는가? #2 - 할 줄 모르는 일을 어떻게 할까?




할 줄 모르는 일을 어떻게 할까? 아니, 실은 해본 적이 없는 일. 더 정확히는 하는 방법을 모르고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으며, 설사 누군가 일러 주ㄴ다고 하여도 살갗으로 맞이한 일이 아니라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거나 짐작이 가더라도 불안함이 엄습하는 일.



 돌아본다는 것돌아보는 일은 늘 소소한 깨우침을 준다.  깨우침이면 깨우침이지 소소함을 굳이 부치는 것은, 그리고 돌아보면서 알게 되는 것은 체득한 앎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알게 되었지만 다시 행하거나 누군가에게 그에 대해서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십 대. 가만 보면 이십 대 만큼 속 편한 시기도 없었다. 이 할은 군대라는 의무이자 도피처 때문에 자연을 벗 삼아 당장 오늘만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했고, 대부분 마주하는 것들은 늘 경계가 명확했고, 할 수 있다 생각했고, 그렇게 하면 그만이었다. 둘밥을 시작한 것도 그런 마음이 팔 할이었다. 그 외는 벅참도 조금 설렘 약간과 두근거림과 막연함. 그런 것들이었다.






어느 순간. 짧기만 한 것 같고 불과 엊그제 노트에 처음 둘러앉은밥상 이라고 적은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돌아보자니 둘밥이란 두 글자에 돌아 볼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쌓였다. 참 무모했고, 앞뒤 없었구나, 그러지 말했어야 했는데, 이것은 너무 과했고, 이 일은 참 부족했구나!

아니 이런 일도 있었던가?


. 형은 말할 때 옆에서 보니까 상대의 말에서 교감점을 잘 찾는 거 같아요. 저도 이 부분 고민해봐야겠어요. 우리 나중에 체험하면 형 참 잘하겠다. 사람들을 모아 놓고 밤에 초도 켜고 이쪽에서 내가 부르면…….  


삼년 . 성수가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느 초지에서 뛰는 목동처럼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농가를 소개하고 함께 여행하는 것을 생각했다. 체험. 그리고 관행이라고 불리는 신선하고 값이 적절한 농산물을 판매할지, 인문학도의 눈으로 알면 알수록 끌리는 친환경에 관해 이야기 할지 선택하지 못했었다. 한 번은 꼬옥 장터에 나가 농산물을 직접 소개 하고 판매하고 싶었다. 언젠가는 꼬옥 농가의 스토리가 담긴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마을 잔치처럼 한 달에 한 번씩 소를 잡아 소분해서 판매하고 싶었다. 정육점 판매가는 오르기만 하는데 뚝뚝 떨어지기만 하는 도축장 소 값을 제 가격으로 만들고 싶었고, 농장에서 따서 바로 먹는 과일을 친구들에게도 부모님과 동네 분들 그리고 둘밥이란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었다.





마음을 먹고 사 년. 체험을 진행했고 캠프도 다녀왔고, 이따금 장터에 나가며 한 달에 한 번씩 소를 잡고 있다. 터져가는 무화과를 보며 흡족했고, 한나절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떠들만한 추억이 생겼다. 그리고 두건의 농산물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자체 미디어를 가지고 싶어 달력을 만들었다.
아직도 쉽지 않은 일이 농가를 처음 방문 하는 것이지만 처음 발을 나섰던 날에는 초조함이 온 살갗을 짓눌렀다. 처음 둘밥 캠프를 가던 날은 스무날 동안 열여덟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를 잡는 일은 그 헤아릴 수 없는 부위의 가짓 수 만큼 두려웠다. 전국의 농업기술원과 농촌 단체 사회적기업에 전화를 돌려가며 완성한 둘밥 달력은 만들어지는 내내 피를 말렸다. 그리고 올해 자연농법 홍삼과 자연농법 육년숙성 포도식초[ 와인식초 ]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 그렇게 맛을 하나씩 보았다. 급식 처음부터 장기적이었는데, 어머니 같은 이빈파 선생님 도움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모자란 것은 맛만 본 것 이라,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면 두려운 일투성이다. 그리고 회사의 단체 구매 유도를 위해 방문 영업하는 것은 늘 뒷전으로 미루고 두려워하는 일이자 하루에 한 번은 고민을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농가를 찾는 것도 작물마다 하나씩 이미 있던 퍼즐 조각을 찾아 끼우는 것 같은 일은 늘 걱정이 앞선다.


할 줄 모르는 일을 하나씩 해왔다. 하지만 차분히 기획하고 순서대로 맞이한 일들이 아니어서 그 일들이 자양분으로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왔고, 복잡하게 일이 물려 있을 때마다 스스로 이렇게 말을 한다. 가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 막연하다. 나오겠지. 나오겠지 그러다보면, 전문가 같은 이가 될 수 있을까 문득 전문가는 누구이냐는 질문에 아직도 하고 있는 놈이라고 말씀하신 김창완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여기까지도 못 왔을 것이고 진작에 도망갔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이 없었다면 


진작에 도망갔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