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까? 당연한 물음이다. 눈물은 원래 짠 것인데, 왜 그러냐고 묻는 일처럼 심심한 말이 있을까? 눈은 내리는 것이니 솟지 않는데, 눈은 왜 하늘에서 내리기만 하느냐고, 왜 가족은 서로를 보살펴야하고, 밥은 혼자 보다 둘이 먹는게 좋은 것이냐는 물음. 질문이 참 많았던 유년 시절과 답이란게 늘 있지만은 않구나 싶어 혼란 스러웠던 이십대. 그리고 서른을 붙이고 살자보니, 질문과 혼란은 여유가 없다는 말로 묻어 놓았다. 원래 그런 것이란 쉽지 않을 일일텐데, 의문을 갖고 주위를 얼핏 둘러보다가도 원래 그런거야라고 뱉으며 길을 나선다.
그렇게 생각하며 보자니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은 참 많은 것들의 답이 된다.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에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고,또 고민할 여유를 갖는 사치를 부리지 않아도 되니 효율적이고,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상한 사람으로 찍힐일이없다.
반딧불이가 서울에서 보이지 않게된게 언제부터였을까? 파란 가을 하늘에 그렇게 수를 놓던 잠자리와 제 키 몇배가 되는 잠자리채를 들고 들판을 나서던 꼬마들을 볼 수 없는 일은 언제 부터 당연한 것이 되었을까? 당연하던 반딧불이는, 당연히 서울에서 볼 수 없게 되었고, 혼이 날 것을 알면서도 메리야스를 뒤집어 잡던 송사리들은 개천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이들은 당연하게 밥을 혼자 먹고 있고, 가족은 하루에 한시간을 마주하는 것도 어렵다. 원래 그런 것처럼.
당연함이라고 불리는 것이 참 쉽지 않은 것인데, 썩 잘 붙여진 이름이 아닌데 참 모르고 살았다. 누구의 시에서처럼 고기만 먹으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중이염을 앓는 노모가, 아들 끼니걱정과 몸 걱정에 설렁탕을 먹자고 식당에 앞서는 일. 자신의 투가리에 소금을 한 수저 더 넣고, 주인을 불러 너무 짜니 고깃국물을 더 내어달라 말하곤, 받은 국물을 아들 투가리에 부어주는 일. 그만 부으라 툭 투가리를 부딪기는 소리가 서글픈 일. 마구 씹어 먹었다던 성냥개비만한 깍두기가 어금니 위로 그려지는 일. 당연하게만 알았다.
당연하게 알았으니, 밥상의 채소가 마트에서 나는 줄알았고, 전기는 스위치에서 나오는 것이고, 엄마의 지갑엔 내 용돈은 늘 있는 줄 알았지 왜라는 질문은 언제 해보았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세상을 디디고 찬란한 조명을 받을 때, 또 다른 누구들은 세상이란 바닥의 기둥이 되어 바치고 지지고 있는 다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 굳이 알아볼 마음도 없었다. 어미의 헌신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기에, 감사하단 생각을 하지 못했고, 아비의 자애로움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기에 늘 아쉬운 화가 가슴 숨길을 막았다.
억누를 화도 내려앉히기 힘들게, 그렇게.
당연하다는 것은 원래 그렇다는 것은 보기 좋은 크기로 썰려 가슴 구석 구석을 후벼팠다.
이해할 것을.
믿지 않으면, 말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말해주어도 모르는 것은, 글로 써주어도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글로 써준 것을 영상으로 보여 준다고하여도 없던 믿음이 생기는 일은 어렵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것은 믿음을 원하고, 또 믿는 다는 것은 맹목성이있어 꺼려지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이해하는것. 이해하기 위해 두 귀를 열고, 코로 맡고, 눈을 차갑게 두는 것.
닭들의 엄마 이승숙 농부님. 계모 이승숙이라고 불리는 여인. 자식보다 늘 오계가 우선이었던 아버지를 원망했던 삶.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끝까지 자신의 일을 아꼈던 아비를 이해하면서 부터 시작된 농부님과 오계의 인연. 500년 전 부터 지역에 터를 잡았고, 6대째 오계를 지키기위해 노력했고, 조선왕가의 후손이고, 그 수고로 천연기념물로 등록했으며, 세계가 인정한다는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까지 등재되었던 화려한 이야기.
선대의 노력이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원래 그렇다는 말은 지워버렸다.
원래 농부가 농사를 지을 이유는 없다. 그들의 수고로 오늘 내 밥상이 채워지고 나의 두발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듯, 농부님의 삶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해해보고자 했다. 그 삶을 바로 옆자리에서 수십년을 같이한다고해서 그 이해를 온전히 하는 것이 가능할리 없지만, 그 삶의 괘적을 좇는다 해서 이해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막연한 믿음과 원래라는 두 글자와 당연함이라는 세글자를 지웠다.
이해 할수 없었고, 믿을 수 없었던 아버지. 할아버지를 이해하면서, 할아버지가 남기신 유언을 지키기위해 그렇게 평생 오계를 지키기위해 살아 온 아버지의 삶. 자식의 학비보다 오계의 끼니를 걱정하던 그 삶을 이해할수 있었을까? 회피하고 도망치고 싶지 않았을까?
순교자가 순교자의 자리에 늘있는 것이 당연한 사회. 농부 당신은 농사를 져. 나는 겨울을 많이 타니 사무실에 있겠다. 어머니 미안한데 한 번만 도와주세요.
당연한 것이 없듯, 그이의 삶도 늘 탈피처와 함께했을 것이다. 늘 고뇌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소방관 아저씨는 집에오면 아빠가 되고, 엄마는 당신의 부모에겐 마냥 철없을 딸이다. 헌데 나는 당연하다는 말로 모든 것을 규정하며 산 것이 아닌지 묻는다.
농부가 이땅을 지켜야할 의무는 없다. 그들도 삼시세끼 밥을 먹는 사람이며, 때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기도하고 부양할 노모가 계시기도 한다. 같은 감정을 가졌고, 같은 것에 고민스럽고, 돈 문제에 약할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고마움을 가까이서 본적이없다고, 그들은 당연히 그래야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그들에게 당연히 그 묵묵함을 견디고 고뇌해야할 의무가 없듯이, 그들을 당연하다는 글자로 덮을 권리 역시 우리에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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