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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어릴 적 기억 어떤 날까지 하시나요? ㅣ 감자를 캐보았던 열살의 둘밥맨




어릴 적 기억 어떤 날까지 하시나요?

저에게 유년의 기억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아버지와 함께하던 여행이었습니다. 조막손으로 텐트를 치고 릴 낚싯대를 잡고 문치 빠가사리를 잡고 모래무지로 매운탕을 끓이고 땀 훌쩍하도록 등산을 가구요. 

그렇게 여행하던 일을 생각하다가. 언제였던지 월요일 학교 가는 길에 친구들에게 건네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 감자 캐봤다! 그 전날 이모할머니 댁에 가서 감자를 캤던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날부로 누가 부러워하든 말든 이해를 해주든 말든, 나는 감자 캐본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산동네에 살았던 터라, 잠자리도 많이 잡았고 사마귀도 많이 발로 찼고, 맨날 자연에서 놀았다 생각했는데, 흙을 만지고 그 흙에 어떤 기운이 있는지 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는 감자를 캐본 남자로 등극했던 그 날이 되어서야 알았구나 싶습니다. 


감자를 캐는 순간은 참 짧았을 텐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그날이 제게는 매우 인상 깊었나 봅니다. 


감자를 캐보았던 일. 어머니 따라 부엌일을 하며 음식을 만들던 일. 어머니가 좋아하실까 싶어. 제가 좋아하는 만두국을 해주시던 날 입에서 군침이 돈다며 하얀 거짓말을 하던 아이. 음식은 아이에게 대충 지나칠 수 있는 꺼리가 될 수도 있고, 이렇게 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기억 나는 추억이 될 수도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름 먹을거리 하면 더위 때문에 팥빙수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시원한 수박과 해 질 녘 씹으면 입안 고소해지는 옥수수와 별미 감자의 계절이라지요. 한참 더웠다가 바람 선선해지는 저녁 그 날을 생각합니다. 





해남 북평면 이무진농부님의 감자이야기

http://www.doolbob.co.kr/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