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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손이 잘 안 가는 것 부터 ㅣ 가보자



 고속버스 표를 끊었다. 터미널에서 만두국을 시켰고, 추가금액 없이 더 줄 수 있다는 공기밥을 시켰다. 가방에서 캔커피 하나를 꺼냈고, 출발 할 때 채우지 못 한 안전벨트를 채웠다. 지난 주말 광주에 자식이를 세워놓고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열흘이나 사무실을 비운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특히 미루고 미루었던 결제가 가능한 홈페이지 만드는 일을 맡겨만 놓은 상태라 중간 점검을 해야했다. 그리고 때 아닌 감기 탓에 온 종일 방에 누워 잠을 잤으면 했다. 그렇게 월요일을 보내고. 광주로 가는 고속버스. 

나는 즉흥적이었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일과 관계 되는 사람, 관심 없는 사람,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가르지 않고 다니는 곳마다 이야기를 하였다. 저는 ~. 으로 시작해. 오분간 이어지는 설명. 그렇게 여섯 달을 준비해서 시작했고, 쇼핑몰 정식 오픈하고 열달 안에 승부를 보겠다 되뇌던 날은 사십팔 개월을 지나고 있다.

ㅣ처음 이 일을 마음 먹을 때만 해도 나보다 어린 사람도 또래도 드물었다. 막내 중의 막내. 지금은 꽤 많은 젊은 유통사와 관련 회사들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 

ㅣ시간에 비해서.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렸을까? 무작정 앞만 보며 달려 와도 모자랐을 시기에, 걸음마다 좌우를 살피고 손짓마다 두드려야 했다. 

ㅣ치고 올라 가는 것. 잘 갖춰지고, 당장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것. 그렇게 일은 꾀해야한다. 생각은 둘밥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ㅣ하지만 주위를 살피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쇼핑몰도 갖추지 못했고, 남들 입 떡벌어지는 유명세도, 매출도 없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아 얻은 것이 있다면, 외형보다 내실. 내실 중에서도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 둘밥에게 그것은 오늘을 꾸미는 문장이 아니라 농부님. 믿어 의심치 않을 농부님.  단순 블로그를 개조한 불편하고 불편한 쇼핑몰에 사람들이 보여주시는 호의는 내가 아니라 농부님을 향한 것이라는 점. 그 다음 그 다음이 외형이라는 것. 이래뵈도 억대 쇼핑몰이 아닌가?

ㅣ저질로 놓고 추스리는 거. 그게 성격에 오히려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업은 그렇게 벌리고 벌리며 앞으로 돌진하고 뒷정리하며 나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게 하자면, 뚫는 길에 버려지는 돌이 생길 것이고 내 발길로 패인 곳곳의 생채기는 외면하고 가야한다. 

정부의 돈으로 책임과 귀찮음을 회피하는 폭력의 정책을, 제 몸 건사만 하면 끝인 그 마음을 사업의 방향으로 끌어드리기는 싫었다. 
조금만 더 시선을 맞추고 같은 곳을 바라 봐 준다면 하나씩 잡힐 일. 하지만 그 맞춘다는 일은 거창하지도 않고 매우 고루한 것이라 해서 티도 안나는 일. 그래서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일. 

그런 회사이고 싶다. 아니 이 일을 하는 동안은 그렇게 살리라. 나는 이 일을 평생 하리라 마음 먹는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사람 중에서 급급한 마음이 늘 가슴에 차 있는 욱 성격의 대가라. 아쉬운 마음이 종종 든다. 언제가 가장 그러냐 하면. 생각보다 잘 안팔릴 때다. 

ㅣ압박. 일부러라도 늘 가슴에 두려는 압박. 내가 소개하는 농가의 이야기에 거짓이 없어야 하는 것. 그렇게 신뢰를 준 분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농가의 생활비를 내가 책임 지고 있다는 부담. 늘 마음에 두려고 한다. 

글이 길어 진다. 처음에 쓰려던 것이 이 말들은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고속버스라 마음이 녹아드나 보다. 

ㅣ과일을 팔아야 무엇보다 돈이 되는데, 둘밥은 그동안 과일 농가는 우리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마음 때문에 늘 더 시급한 농가 먼저, 더 안팔리고 덜 알려진 것 먼저 이야기를 하였다. 

돌아보자니, 무슨 배짱이었을까? 과일이나 쌀로 접하기 쉬운 것부터 가는 것이 순리인데, 키우는 것도 가격도 만만치 않은 유기농 한우에 육년의 수고가 녹아나는 인삼에. 와인으로 2년 식초로 3년을 발혀시킨 포도식초에, 
소비층은 많지만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뚫기가 쉽지않은 유제품.

그리고 그 가격들. 수고는 뒷전으로 해도 원가만 따져도 모자라는 가격이지만, 모두들 시장에서 사서 먹는게 당연히 그렇게 기본을 지키겠지하며 생각하고 사먹는 것들. 가격이 터무니 없이 저렴하면, 다른 수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듯이 손이 가는 습성. 그리고 기본을 지키지 않은 일이 공론화되면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 실은 이 가격이 나올수 밖에 없다는 것. 

거꾸로 가고 있다. 접하기 편한 것부터가 아니라, 손이 잘 안 가는 것 부터 하고 있다. 
잘하는 짓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흔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굳건하다. 

가보자. 

-둘밥이간다 2014 가을걷이 - 광주가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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