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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뻔지르르하기만한 입으로 살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얼마전 자연농법 삼을 판매하기로 하였다. 헌데, 그 홍보 글을 쓰지 못하겠다. 진도에 계신분들에게 단호박식혜라도 보내려다가, 그역시 나도 모르는 내 욕심이 숨어 있을지 몰라 그만 두었다. 
오늘은 친구 결혼식 사회를 보고 왔다. 
대본을 써두었기에 차질은 없었지만, 망각도 잠시 뿐, 헛헛한 마음이 그지 없다. 단원구에 사는 친한 누이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나 마나를 하루를 꼬박 고민했다. 이틀째에도 전화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삼일이 되어 전화를 걸었는데, 아이들은 다른 학교에 재학중이었다.
단원구의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그 밝은 날에 사고가 났는데, 가라앉는데도 그렇게 시간이 걸렸는데, 그리고 그렇게 어른들이 그곳에 많이 갔는데, 아무 것도 손쓰지 못했다니, 참 더러운 날들이다.
입만 뻔지를르하게 살지 말자 다짐한다. 
뻔지르르하기만한 입으로 살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망각은 없다 - 파블로 네루다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돌들로 어두워진 땅이라든가
살아 흐르느라고 스스로를 망가뜨린 강에 대해 말할 밖에

나는 다만 새들이 잃어 버린 것들에 대해 알고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에 대해
또는 울고 있는 내 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장소들이,
어찌하여 어떤 날이 다른 날에 융합하는 것일까?
어찌하여 검은 밤이 입속에 모이는 것일까?
어째서 이 모든 사람들은 죽었나?

나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가진 것들 얘기부터 할 밖에 없다

참 쓰라림도 많은 부억세간
흔히 썩어버린 동물들
그리고 내 무거운 영혼 얘기부터

만나고 엇갈린 게 기억이 아니다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도
그런 눈물 젖은 얼굴들도
목에 댄 손가락들도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그런 것들도

어떤 날의 어두움은 이미 지나가고
우리들 자신의 음울한 피로 살찐 어떤 날의 어두움도 지나가고

보라 제비꽃들, 제비들
우리가 그다지도 사랑하고
시간과 달가움이 어슬렁거리는 마음 쓴 연하장에서
긴 꼬리를 볼 수 있었던 것들

허나 이빨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고
침묵을 싸고 자라는 껍질을 잠식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죽은 사람이 참 많고
붉은 태양이 흔히 갈라놓는 바다 제방이 참 많고
배들이 치는 머리들이 참 많으며
키스하며 몸을 감는 손들이 참 많고
내가 잊고 싶은 것도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