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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도맡는다는 것

[도맡는다는 것]


 





농번기. 바쁜 철이라고 말합니다. 쌀농사가 시작되고 대지가 초록으로 가는 계절. 농촌은 무척 바쁘다는 말을 합니다. 

친환경이라는 말을 합니다. 환경적이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친환경인 말에는 무엇인가 깨끗하고 어지럼이 없을 것 같은 마음을 넣습니다. 친환경인 것은 좋은데 손에 흙이 묻는 건 싫고, 자연을 걷는 것은 좋은데, 데크에서 걸어야하고, 숲은 좋은데 다리에 풀이 닿는 것은 싫습니다.

친환경 농부는 늘 말끔한 차림에 꺠끗한 수건을 들고 있을 것이다. 오후 4시가 되면 푸른 잔디에 앉아 티타임을 갖고, 클래식을 들으며 품격높은 클래식을 들으며 잘 알 수는 없지만 공감은 가는 어려운 철학으로 세상을 읽을 것이다. 

흙이 묻은 그의 옷은 추측할 수 있지만, 얼룩은 생각해 본적 없는 일. 맑은 땀이 송송 맺히겠지만, 종일을 묵은 땀 냄새는 생각해 본적 없는 일. 


우리가 만든 착각입니다. 해가 지는 것도 모를 때까지 일하고, 해가 뉘엿거릴 때 집에 들어와 하루를 마감하고, 일을 정리하다보면 새벽이 되기 일 수이고, 작물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나왔거나, 교육프로그램이 나왔다면 신청하고 공부하고 늦고 늦은 밤이됩니다. 

하지만 해는 여유를 두지 않으니, 아침 그 시간이 되면 누운 자리를 개고 일어서야합니다.


 자연을 사랑한다 말 할 수 있지만, 그리고 즐길 줄 알지만, 자연만을 감상하기에는 하루가 바쁩니다. 


해서 묵은 땀이 나기도하고, 일에 빠져있으니 단장하는 일과는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농촌과 그 삶이 우리내와 같은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시골이라고 치부하기도하고, 먼 것이라 곱씹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자연이라는 두 글자를 철학의 기저에두고, 오늘을 사는 분들이 늘 달변가이시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달변가를 원합니다. 무언가 있을 것 같고, 무언가 나와야 그를 인정하는 것이죠. 농부는 돈이야기를 하면 안되고, 시골에서 걷다가 따먹은 감을 두고 무어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땐, 인심이 왜이렇게 야박해라고합니다. 본인 일할 적에 가서 볼펜을 뺐어 던지면 화를 낼 사람들이면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착각하기도 하고, 의식하지 않기도하면서, 농촌을 이상한 스스로의 틀로 묶습니다. 서울 가로수길에서 볼 법한 생활이 핀, 중년 신사의 모습을 기대하거나 강의실에서 한 문장으로 학생을 압도하는 한 마디를 기대합니다. 본인이 기대한 것과 다르다 생각되면, 주저 없이 눈길을 버립니다. 실은 들어야하고, 아마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은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명언이 참 많습니다. 그 만큼 말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뜻일 겁니다. 명언은 함축적입니다. 실은 말이라는 것 자체가 함축적입니다. 서로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 못하니, 도구를 만들 었을 뿐이죠. 


작년 부터 쓰고 싶었지만 무어라 말할 수 있는 자격의 의문과, 표현의 막힘 때문에 주저하다가 오늘에서야 타자기를 두드립니다. 우리는 우리의 귀찮은 것을 떠맡아 주는 누군가를 참 좋아합니다. 늘 그곳에 있어야 하고, 그(그녀)가 선택했고, 그 사람은 그래도 으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언변이 달달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품위가 때로 맞지않는 것같다는 말로 귀찮아 하는 일이 많습니다.


어머니. 네, 늘 귀찮은 일을 도맡고 계시지만, 티비에서나 있을 법한 격식있는 엄마는 세상에 자주 없습니다. 자리에 따라 격식있는 여인 일수 있지만, 격식 있는 어머니는 없습니다. 어머니는 격식이 있어야 하는 분이 아니시니까요.


실은 우리의 농부님들이 그렇습니다. 세상을 산업으로 나누기는 일이 많은데, 오늘 이뤄지는 수많은 산업의 토대는 바로 먹고 건강히 본인의 몸을 지탱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같는 그 아우라 처럼, 참 고루하고 지루하며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헌데, 우리는 어머니와 나를 구별합니다. 그녀 역시 사람이고 여인이며, 아가씨였다는 것을 늘 잊습니다. 농부님도 사람이며, 누구의 늠름한 아들이었고 재간둥이 손녀였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개인입니다. 귀찮은 일을 떠맡아 주는 누군가가 아니죠.


여기까지 글을 쓰고 보니 마무리는 지고지순하게 던져야 겠습니다.


어머니는 개인입니다.

농부님도 개인입니다.


헌데, 어머니는 계실 때가 아니면 더이상 잘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나와 동시대 농부님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는 삶을 명쾌하게 지속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알아야 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