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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오늘 성년의 날.

오늘 성년의 날.

그러니까 2001년 성년의 날에 나는. 하루 종일 일을 하였다.

인부 선생님 두 분을 모시고, 당시 대학로 동추야라는 민속주점 바닥에 아스콘을 깔았는데, 종일 시멘트를 나르고 아스콘을 나르고 하다 보니 온 몸은 검뎅이 투성.


그냥 노가다도 아닌, 검뎅을 잔뜩 묻은 채의 그 모습은 지금 생각 하도 난감한데, 집에 석달은 안들어간 포스가 풀풀 났다. 아니 포스보다 냄새가 풀플 날 것 같은 외형이었다고나 할까?

그 잘도 묻은 검뎅을 달고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캔맥주를 마셔보겠다고 들어선 편의점에서는 알바생이 피하였다. 


나는 캔맥주 값 있다는 의지를 피력하는또렸한 눈으로 알바생을 응시하며, 꼬깃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어 놓고, 거스름돈을 챙겨 나선 마로니에 공원.


도무지 이 꼴로 버스를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대학로에서 택시를 잡는데, 한 대가 가고, 두 대가 지나가고, 그렇게 세 대가 마저가고.


이십여 분.


택시는 도무지 잡히지 않았고,

그리고 몇 분이 더 지나 택시를 잡아 타고 집에 왔다. 


장미꽃도, 뭐도 없이 지나간 성년의 날.

그날 그냥 술이나 먹고 잠이나 잤으면, 기억도 잘 나지 않았을 하루였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부리는거 아니라며, 당신들 짐 두 번 나를 때 세 번을 나르던 나를 핀잖주시던 인부 두 분. 


2013년 성년의 날을 맞으며, 애초에 진심을 담을 수는 없는 언어의 한계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 사이에서 서로 나누는 대화는 진심을 온전히 전달 할 수 없으니, 

시간이라는 띄어쓰기가 필요하다.


어쨌든 성년의 날~! 술 너무 많이는 조심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