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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인지 하지 못 하는 일, 당장의 내 일이 아닌 것


[인지 하지 못 하는 일, 당장의 내 일이 아닌 것]


친구와의 새벽 대화 중에서 이런말이 나왔다.

"세상일을 두가지만으로 구분해 보자면, 일들의 토대(기둥)을 만드는 일이 있고, 그 일 위해서 가꾸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농촌을 예로 들자면, 이 세상의 토대 인거지. 
오늘 당장 농사 짓는 사람이 단 한명 없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혼란이 올것이고, 모두 농사를 배워야 할 거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예나 디자인 실용음악 등등 의 일들은 그 기둥이 받치는 지표면 위해서 하루하루를 쌓는 일들이지,

조심 스러운 이야기지만, 그 중 특정 업이 하나 사라진다고 해서 당장 혼란이 오지는 않을거야. 헌데 대다수의 사람은 그 기둥 보다도 그 기둥 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들. 

혹은 그 기둥 위에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두고있지. 그 이면은 바로 보지 못하는 거야. 존중 받지 않아야 할 사람은 없겠지만,

이 기둥을 떠 받치는 사람은 그 평가도 가치인정 이전에 이미 인식 속에서 사라져 있어. 

둘밥은 그 기둥을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소중한 곳이라 생각해"

이따금 인터뷰를 하면서 뛰어난 언변으로 인터뷰 요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는 나를 마주한다. 그러지 않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런 언변으로 가꾸는 것보다 실행이 중요하다고 믿기에 치부하는 일이지만, 사실 너무도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자꾸 든다. 

헌데 한편으로는 그런 미사여구는 결과로 혹은 수 십년 후에 돌아봄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이어야 하고, 그러해야 문장이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가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참 힘이 나는게 사실이다.

올해 농산물을 구입해주신 한 분이,

"응원합니다~
이렇게 믿음갖게 하는 곳이 있어 참 좋습니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후에 누군가에게 성과보고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순수익이 아니라이 분들의 말들로 채워 넣겠다 다짐하였다.

그리고 오늘 그 말을, 그 마음을 잊지 말자 생각한다.


'누가' 없으면 - 서정홍


누가 나 대신 들녘에서 땅을 갈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나 대신

땡볕에서 집을 짓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날마다 구수한 밥을 먹고

날마다 따뜻한 옷을 입고

날마다 편안하게 잠을 잡니다.


나는 '누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 서정홍 시, 신가영 그림 <나는 못난이>(보리, 201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