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둘밥다반사/농촌 디자인 브랜딩

[농산물 디자인] 홍삼 페키지 :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8만시간의 자연 3만 시간의 땀 자연농법 삶애농장

건강식품 매장 가판 위, 홍삼 상품들을 보신 적이 있나요? 하나같이 크고 화려한 포장의 상품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홍삼 상품들의 포장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 몇몇 대기업 브랜드를 제외하면 굉장히 투박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일단, 건강기능식품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쓴 맛을 가진 인삼과 달리 달큼한 향과 맛을 지닌 복분자와 산수유의 인기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상승했고, 요즘은 ‘프로바이오틱스’ 등 기능성을 강조한 건강보조식품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 기준들 중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졌죠. 홍삼 상품들은 ‘예뻐져야만’ 했습니다. 실제로도 많이 예뻐졌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고급스럽고 예뻐 보이긴 하는데…   ‘조금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물론 홍삼제품들의 대부분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상당수는 선물용으로 쓰입니다. 가격과 용도에 걸맞는 포장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화려한 포장은 상품가격을 높이고, 상품이 밖으로 꺼내지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춘 기업이 아닌 이상 그렇게 화려한 포장을 만들기도 어렵죠.


<둘러앉은밥상>은 홍삼 제품의 포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고, 나름의 시각과 기준을 정해 접근해보았습니다.


새로운 홍삼제품 포장의 기준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1)   과대포장을 줄이고, 농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포장  


2)   제품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포장


3)   시중 제품들과의 차별화

 

 


지금부터 어떠한 고민들 속에서 <자연농법 박은서 홍삼액> 포장이 만들어졌는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목표. 01 : 과대포장을 줄이고, 농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포장 

  

포장의 과대화, 고급화는 포장 쓰레기를 통한 환경문제를 유발함은 물론, 이러한 포장을 만들기 어려운 개별 농가나 소형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벽이 되기도 합니다. 오로지 하나의 농가에서만 만들어지는 ‘박은서 홍삼액’의 경우, 비용을 줄이고 포장 박스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한번에 수백장에서 수천장씩 발주를 넣어야 만들수 있는 포장박스는 목돈이 들기 마련인데, 이는 농가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니까요.

 



 

박스는 기성품을 사용하여 개발 비용을 낮추고, 내부 완충제와 포장 내부의 공간을 나누는 종이벽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자체적인 테스트 결과, 홍삼액을 담고 있는 레토르트 파우치 자체가 완충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굳이 포장 내부 공간을 나눌 필요가 없었습니다. 

 


 

초기 디자인 과정에선 다양한 색이 쓰였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 가지 색상만을 사용하였습니다. 인쇄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넓이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쇄가 불가능한 부분은 도장으로 찍어서 제작하였습니다. 인쇄를 따로 하지 않아도 인쇄 효과를 낼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도장 두개로 기성박스가 인쇄한 박스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단점은 도장을 찍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좌우가 틀어지거나, 상하 간격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목표. 02 : 제품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포장




한가지 색상’, ‘최소 면적 인쇄라는 제약 조건은, 오히려 반드시 전달해야만 하는 내용을 선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8만 시간의 자연, 3만 시간의 땀', '자연농법'이라는 문구를 통해 상품의 특성을 나타내고, 아들의 무등을 태운 박은서 농부님의 모습을 삽화로 넣어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미래의 희망을 품는 진솔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목표. 03 : 시중 제품들과의 차별화




<박은서 자연농법 홍삼액> 포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 중 한 가지는 바로 ‘인삼 그림’입니다. 사실, 인삼 관련 제품에 인삼 그림을 쓰지 않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고,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 보통 인삼이나 홍삼이 들어가는 부분에는 농부님의 모습을 그려 넣었고, 대신 포장 상단의 뚜껑을 밀봉하는 스티커에 인삼 그림을 넣었습니다. 물론, 이 그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삼 뿌리 그림 대신 잎과 열매 그림을 넣어 시중 제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포장지 바탕에 붉은색이 쓰이지 않은 것도 <박은서 자연농법 홍삼액> 포장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코팅과 색상이 없는 포장 재질을 사용해 단가를 낮추었고, 시중 제품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형태의 포장에 박은서 농부님의 지장을 직접 찍었습니다. 지장을 통해 인쇄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상품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포장에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홍삼 포장이 이렇게 화려할 필요가 있나?' 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한 작업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웠습니다. 넣고 싶은 그림이나 색을 모두 넣으면 예상 단가가 비싸졌고, 잡다한 요소를 전부 없애고 보니 글과 그림의 배치를 조금만 잘못해도 허전한 형태가 나와버렸습니다. 말로는 너무나 쉬웠던, '적정 디자인' 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번 <자연농법 박은서 홍삼액>의 디자인을 맡아주신 <The Zidda>의 이유진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1.     이 디자이너의 브랜드이자 회사인 <더 짓다(The Zidda)> 에 대해 말해달라.

-       내가 주목하는 건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가치.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 중 상당수는 그 가치를 저평가 받거나, 아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취급 받는다. 그런 과소평가받는 존재의 가치를 다시 평가 받게 하는 것이 <더 짓다>의 역할이다. 그 중에서도 농업의 재평가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그 과정은 물론 브랜딩디자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2.     <더 짓다>의 목표는 무엇인가?

-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클라이언트(고객)의 생존이다. 언젠가 다른 디자인 컨설팅 회사의 의뢰를 받은 클라이언트가 망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브랜딩, 디자인 컨설팅의 목표는 더 나은 브랜딩과 디자인을 통해 클라이언트를 시장에서 살아 남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짓다>는 납품 이후 클라이언트가 자리를 잡는 과정까지를 함께 하려 한다.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브랜딩이나 디자인은 나의 작품이기도 하며, 나의 작업물이 살아남는다면 클라이언트 역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웃음)


3.     이번에 작업한 자연농법 박은서 홍삼액패키지는 어떠한 가치를 전달하려 하였는가?

-       박은서 홍삼액패키지 작업은 가능성의 실험이었다. 기존 박은서 홍삼액은 오직 60포 세트만 존재했다. 때문에 이보다 적은 용량을 찾는 고객이나 상대적으로 구매여력이 적은 고객들은 박은서 홍삼액을 구매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성인 7포와 20포 세트를 포함하여 3종의 구성을 만들었는데, 소포장 출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박은서 홍삼액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들고, 판매량을 늘려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4.     패키지에 무등을 태운 박은서 농부님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왜 이 일러스트를 사용했는가?

-       패키지에 넣을 이미지를 고민하던 도중 우연히 <둘러앉은밥상> 홈페이지에서 어린 아들의 무등을 태우는 농부님의 사진을 보았는데, ‘이거다싶었다(웃음). 사진 속 농부님의 발 밑에는 삼을 심기 전, 땅심을 키우기 위해 심어놓은 보리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고, 어깨 위에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들이 앉아 있다. 어깨 위에는 미래, 그리고 발 밑에는 희망이 자라고 있었다. 농부님은 자라나는 미래희망사이에서 기대로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주저 없이 사진을 일러스트로 작업했고, 패키지에 넣게 되었다.


5.     홍삼 하면 붉은색이 떠오르는데, 박은서 홍삼액에는 쓰이지 않았다. 이유가 있는가?

-       사실 홍삼과 붉은색은 떼어놓기 힘든 색깔이다. 홍삼이란 단어 자체에 이미 붉은색을 의미하는 한자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색깔은 지나치게 특정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하게 녹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실 실제 삼에서 붉은색을 가지고 있는 건 열매뿐이지 않은가? 뿌리는 땅에 박혀있으니 캐기 전에는 볼 수도 없고. 그래서 포장을 봉인하는 스티커에도 뿌리 대신 삼잎을 그려 넣었다.


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업물이다. 짧은 시간 안에 생산이 되어야 했고, 만들어지자마자 바로 쓰여야 했다. ‘농가의 비용절감측면에 너무 많은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격은 농민과 소비자 모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하다. 농가는 포장비용을 아끼고, 소비자는 그만큼 저렴한 상품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이미 박은서 자연농법 홍삼액은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농산물이다. 기회가 된다면 박은서 홍삼액의 가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자연농법 박은서 인삼 홍삼액

http://www.doolbob.cafe24.com/front/php/category.php?cate_no=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