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시만 되면] 열시만 되면 울리는 벨소리. 어머니다. 야 김치를 송송송송 썰어넣고 멸치 넣고 명절 때 얼린 전 넣고 끓여먹으면 맛있다.
어머니는 그렇게 저녁 열시만 되면 당신이 저녁에 드신 음식을 전하신다.
통화의 마지막엔 늘 맺음말처럼 해주시는 한마디. 해 먹어라이~!
어제는 된장국 그제는 조기 매운탕이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서 채 이 분을 못 넘기고 전화벨은 한 번 더 울린다.
쓰레기는 갔다 버렸냐? 음식 쓰레기 모아 놓으면 벌레 생긴다.
오늘은 두번째 통화에 밥 해주러 갈까 하시더니, 전화 끊고 이십 분이 지나 어머니가 오셨다.
새벽 한 시에 들리는 현관문 소리.
한 달에 한 번, 때론 두 달에 한 번 친히 방문 하시어 꼼꼼이 살피시는 주부 구백오십단 정여사님 집안살림 순시.
아 ~ 재활용 쓰레기는 갔다 버렸고, 거실은 그런데로 괜찮고, 이불은 지난 주에 빨았고, 아차 냉장고!!
아차하던 순간 냉장고는 이미 열렸다. 이 놈의 두부는 먹지도 않을 걸 왜 사놨니!!
새벽 한 시에 잔소리가 볶기고,
퉁 하니 하시는 말씀마다 답을 달지만, 마음이 달고도 달다.
붉은 바가지를 머리에 쓰고, 이층집 계단을 내려와 아랫집 소금 받으러 갔던 날.
어둔 밤이 되어서야 신이 나서 골목을 건너 집으로 가던 때, 봄 볕에 익은 시멘트 골목길 냄새와 어머니 저녁국 냄새가 나던 그 날. 어머니의 화의 냄새 뒤로 말똥말똥 얼굴에 온 흙을 묻히고 방문을 열었던 날. 그 날을 맡는다. 보글거리는 멸치 국물을 맡는다.
오랜만이 집이 북적북적하다.
훈시와 행동 강령까지 듣고 나면 새벽 서너 시가 될테지.
그러나저러나 가스렌지엔 어머니 찌게가끓고 있다.
그리고 오늘의 쟁점은 명절에 남은 나물을 얼리지 않은 것에 대한 문책.
'밥상머리 > 맛있게 드세요ㆍ레시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토우 장조림 스테이크와 친환경 오디우유. : 김혜정선생님의 적토우 요리 후기에요~~~ (0) | 2013.07.08 |
---|---|
[얼렁뚱땅 레시피]맛좋은 한우를 씹는 느낌부터 달라요 "유기농 한우 적토우 장조림" (0) | 2013.03.31 |
[얼렁뚱땅 레시피]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닭, 닭볶음탕 (0) | 2013.02.06 |
[얼렁뚱땅 레시피] 해피투개더야간매점 나도 따라했다 모글리표 김치떡볶이 (0) | 2013.02.01 |
[얼렁뚱땅 레시피] 노랑이는 가고 빨강이가 왔다 단무지무침 (1) | 2013.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