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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직송 농산물 구매/농장소개

의성이네 사과 ㅣ 장수 의성이네 정교문농부님의 사과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둘러앉은밥상에 한민성입니다. 

오늘은 고민을 하나 전해 드리려고 이렇게 새벽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풀리지 않는 고민이고, 모자람에 시간만 보내었던 것 같습니다. 아. 잘지내고 계신가요? 안부를 먼저 여쭙지도 않고 제 용무에 급급히 글을 쓰고 있었군요. 늘 둘밥을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둘러앉은밥상은 가을 마다 장수 의성이네 유기농 사과를 판매하였습니다. 의성이네 아버님이신 정교문 선생님의 사과였습니다. 헌데 작년 말 사과밭의 땅 주인 분에게 밭을 몰수 당하였습니다.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말이지요. 유기농 사과가 될 법이 없는 것일텐데 되고 있고, 둘밥을 통해 많이 알려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땅 주인분의 몇가지 개인적인 이유가 있으셨습니다. 해서 본래 의성이네 유기농 사과 밭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의성이네는 돈을 모아 밭을 따로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유기농으로 관리 된 밭이 아니기 때문에 유기농 사과를 바로 시작할 수는 없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저농약 인증도 따로 구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농약을 치는농사도 실은 올해 처음 해보셔야 했던 것이지요. 해서 정말 진심으로 대하자하며 하루를보내셨습니다. 

이런 의성이네 사정을 알고서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시간으로 세월만 보낸 것이 지난 한해가되어, 어느새 가을이 익고 있고, 사과는 판매철이 다가 왔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니 나는 참 모자르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의성이네를 좀 더 신경 쓰지 못해 죄스러운 마음이 있고, 좀 더 나은 결정이란 것을 찾지 못해 죄스런 마음입니다. 


둘밥은 농약을 친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철칙. 이 철칙 때문입니다. 모든 농산물이 야생에서 채집하는 것 처럼 키울수 없고, 절 대 선을 추구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없으며, 한 발 짝 한 발 짝 선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무엇 보다 큰 마음이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미력한 힘을 보태고는 싶지만, 둘밥에서는 판매 할 수 없는 것. 모순덩어리 마음을 부여잡고 일 년이 지났습니다. 

사업자를 따로 내서 의성이네와 같은 상황에 있지만, 유기농업으로 방향을 꾀하는 농가만을 소개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할까도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뜻은 좋지만, 지금 둘밥의 일도 물리적으로 벽이 있는 상태에서 일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기에 이 것도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해서 둘밥 식구들은 같이 고민을 하다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여러분의 선택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은 생각이지만,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해서 의성이네 아버님이신 정교문 선생님의 편지 글과 의성이네 사과 판매가격, 그리고 직접 구매하실 수 있는 연락처를 알려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직도 고민이 많네요 ^^;. 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참 어려운 마음입니다. 둘밥을 행할 수록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공자 선생님은 종심이라고해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혹은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여도 어떤 규율이나 법도·제도·원리 등을 벗어나지 않는 나이에대해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둘밥을 행하기 전에는 저는 건방지게도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둘밥을 행하던 5년. 저는 제 뜻 데로 무엇을 해본 적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고, 날이 갈 수 록 뜻을 바르게 세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 뜻을 행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제일 어려운 것은 그 뜻을 늘 마음에 품는 것이구나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뜻을 마음에 두고 행하는 것도 어려운데, 외부적인 요건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세상. 어제 이유진 디자이너 님께서는 제게 수십년 동안 반복된 농업의 문제는, 일상에 너무 가까워 그들만의 싸움이 되고있다. 농업 관계자 외에는 그 누구도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리 개인이 발버둥 쳐도, 여럿이 힘을 더하지 않는 다면 외침으로 끝날 수 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일상에 너무 녹아 있어, 그 중요성이 희석되는 일은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해서 마음이 참 무겁니다. 의성이네가 앞으로 더 힘을 받아 예전 처럼 참 맛있는 유기농 사과를 생산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발걸음에 미력하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래 의성이네 아버님의 편지와 연락처 사과 가격을 공지합니다.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직접 연락하시어 구매해주세요. 

의성이네! 힘! 힘!! 으랏찻차 화이팅!!!!



마지막으로 바라옵건데 이글을 접하신 분들의 공유의 힘을 빌려
더 많은 분들이 일상으로 외면했던 농업의 아픔에 대해 알아주시고
의성이네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기농 사과농사를 잠시 접으며...


의성이네는 올해 유기농으로 사과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농사를 짓고 나서 처음으로 손에 비료도 묻혀보고 농약도 뿌려 보았습니다.

대다수의 주변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늘 당연히 하는 일이지만 그 일을 제가 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기에 오늘도 마음이 그리 편치 않습니다.  


삼 년 동안 미친놈처럼 매달렸던 유기농 사과 농사를 지난해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사과밭 주인이 다시 본인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을 때까지 언제까지든 농사를 지으라던 주인의 구두 약속도,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도 있었지만 그냥 그만두었습니다.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계약서를 들고 버티는 건 못할 짓입니다.  십 년의 유기농 농사 흔적이 그렇게 아무런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렸습니다. 인증은 결국 땅에 대한 것이기에 내 땅에 농사지은 적이 없는 저로선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입니다.     

올해 초, “다시 시작하자!” 맘을 먹고 집사람과 사과 밭을 찾아다녔습니다. 작아도 내 사과밭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련한 게 현재의 사과밭입니다. 규모가 조금 크긴 하지만 올사과(홍로), 늦사과(후지)가 함께 있는 장수군 계북면 샛담골의 예쁜 밭입니다. 기존 관행 사과밭이기에 당장은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매년 조금씩 줄여 나가면 조만간 잠시 접어놓았던 유기농 사과농사의 꿈을 다시 꿀 수 있을 겁니다.


의성이네는 이 사과농장의 이름을 『장수 사과농원 평하(平河)』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平河는 혹 셋째가 태어났다면 부르려고 아껴두었던 이름입니다. 의성이네는 오늘도 사과밭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의성이네는 올해 저농약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농약도 조금, 비료도 조금...남들 하는 것의 절반 남짓 넣었습니다. 

물론 대체가 가능한 것은 모두 유기농 자재를 사용했습니다. 

제초제만큼은 도저히 양심이 허락지 않아 4천 평 밭의 풀을 수도 없이 베어 넘겼습니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조금 더 줄여갈 것입니다. 그 다음해는 조금 더...

그렇게 유기농 사과농사의 꿈은 천천히, 하지만 단단히 다시 영글어 가겠지요.


받으신 사과는 반드시 냉장보관 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물에 씻어 껍질째 드셔도 무방합니다.   


장수 샛담골에서 평화를 꿈꾸는 의성이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