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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잘 먹겠습니다ㆍ정보

쌀값과 경제학...경제학의 무능, 한계, 오류? : 여러분이 한 끼에 먹는 쌀값은 대략 150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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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과 경제학...경제학의 무능, 한계, 오류?

여러분이 한 끼에 먹는 쌀값은 대략 150원 정도이다. 자판기 커피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일주일 동안 먹는 쌀값의 총액과 같다. 그래서 농민들은 쌀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쌀 목표가격을 23만원으로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쌀 목표가격을 올리면 공급이 늘어나 결국은 쌀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민에게 손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목표가격이 오르면 쌀 생산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논 면적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과 다른 작목과의 상대적 소득비교를 고려할 때 쌀 생산이 갑자기 급격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약간의 생산량 증가는 적절한 가격안정 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쌀값을 하락시키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주장은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조건으로 여기는 정부와 경제학자들의 상황인식이 과연 정상적인 인식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득수준의 증가에 따라 먹거리의 섭취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경향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쌀 소비량의 감소에는 비정상적인 측면도 분명히, 그리고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을 정상적인 것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쌀 소비량은 장기적으로 감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소폭 증가의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특히 과도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 그리고 육류 및 유제품의 과다 섭취로 인한 쌀 소비량의 감소가 바로 그런 부분이다. 
먹거리의 차별과 건강의 불평등 나아가 사람의 생명과 죽음마저도 불평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먹거리 문제이며, 이 먹거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에는 비정상적인 쌀 소비량의 감소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쌀 소비량의 감소 추세를 현실로 인정하는 전제위에서 쌀값의 하락을 예상하는 정부와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매우 단편적이고 제한적인 인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시장의 수요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종래의 경제학적 지식으로는 현실의 구체적이고 복잡한 먹거리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시장의 수요라는 것은 단지 내가 가진 ‘돈’의 범위내에서 나를 위한 욕망(효용)을 채우는 ‘만족’이라는 극히 단순한 두 가지 기준으로만 해석되는 것 아닌가? 먹거리를 단지 돈과 욕망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제학은 건강, 생명, 환경, 지역, 공생, 협동, 정의, 인권, 민주주의 등 먹거리와 직접 관련된 수많은 중요한 가치들은 모두 버리는 괴물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학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혀 있는 줄도 모르고 쌀값 하락을 운운하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주장이다. 

경제학을 버려라. 그러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더욱 넓게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장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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