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비가 오니, 눈은 피곤하여 간지러운데 방배란대에 앉아 맥주를 꺼냈다. 이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 박람회에 나가면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오기 마련인데 사회적기업 박람회는 그 폭이 매우 좁다. 그래도 킨텍스 모든 행사에 관심을 두시고 이것 저것 물으시는, 빠지시지 않는 흰머리가 많으신 단발머리 아저씨도 와주셨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샘플을 모아가시는 생활의 달인들도 오셨다. 꼬치꼬치 물으시며 정작 본인이 누구인지는 감추시는 분과 도대체 왜 이곳이 사회적기업이냐 묻는 분들.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서투른 나는,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하다. 바란다면 둘밥의 행위들을 지켜보아주셨으면 하는 마음. 그러던 중, 통통하신 한 분이 찾아오셨고, 대충 듣다 가게시겠거니 했더니, 인터뷰할적에나 들어보았던 세세한 질문을 쏟으셨다.
처음에는 몰라도 참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것이 부끄러웠는지, 이야기를 할 것과 하지말 것을 구분하곤 했는데, 요즘은 누가 이 같이 물으면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한다. 그도 실제의 역사고, 좌충우돌의 어리숙함의 못남보다, 외면하고 반복하는 잘못의 두께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 있게 된 덕택이다.
저도 이 일을 왜 이러고 미친듯이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만 두었어야 하는게 정상이죠. (긴 시간이 필요하고 또 그만한 희생과 자금이 소요되니까요...) ㅇㅇㅇ은 다른 업체에 맡기면 안팔거에요 아마. 올릴 수는 있겠죠. 그러고 그냥 두겠죠. 이미지만 팔겠죠.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 신경쓰는 만큼 비용이니까 하지만 저희는 목숨 걸고 팝니다.
개운산 그 길을 걸으며 대단한 발견을 한 것마냥 신이 나던, 그 가을.
산업의 요소와 시장의 요소만 보고, 이으면 되겠다는 막연함으로 시작하였다. 나름 미친듯이 공부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현장은 달랐다. 공판장이란 단어를 백번 연습장에 쓰고 외는 것 보다, 가서 짐 한 번 날라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육계월이 지나서야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수 있었고, 일년이 지나서야 대화에서 말다운 말을 할 수 있었다.
사업은 세상에 이게 필요하구나 하고 전혀 다른 세계의 지점을 보고 시작하는 일과
자신이 하던 업의 경계 혹은 범주 안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일로 구분하여 볼수 있는데
전자는 쏟아야 할 에너지가 너무 크고, 동시간에 다른 기업과 같이 발을 내딛었다 하여도 그 진행 속도는 차이가 날 수 밖에없다.
둘밥은 이제 정말 시작이다. 아직도 모른 것 투성이지만, 이제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 상태가 되니 이 바닥에서 돈은 어떻게 벌면 되겠구나도 눈에 밟힌다.
하지만 그러하진 않을 것이다.
올 봄 둘밥을 잠시접고 함께 하자고 참 부끄럽고 감사한 말씀을 주신 그 분께 드린 말씀처럼. 만에 하나 둘밥이 망하면, 저는 사회적경제와 농촌을 제 인생 키워드에서 지울 것 입니다. 그런 각오로ㅡ하고있습니다.
(그때가 정말오면 이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 각오도 없이,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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