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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잘 먹겠습니다ㆍ정보

스무살 여행일지 - 열혈 청년 전국을 달려라~!!! (2)[3. 6] - 겨울이 가고있다.

스무살 여행일지 - 열혈 청년 전국을 달려라~!!! Start   



 

A winter story - love letter o.s.t

 





3월 6일


짐을 꾸리는데 내가 갈수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며 하루를 미룰까도 생각 했다. 하지만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영 떠나지 못 할 것 같아.



출발.... 



늦은 아침 8시. 가방을 매고,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찬 바람을 맞고 산동네 언덕을 내려간다.

길마다 개학과 입학을 시작한 여고생들이 부랴부랴 언덕을 오르고 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몇 시나 되었으려나 하는 마음에 시계를 찾아 보지만, 시계는 배낭에도, 침낭 주머니에도 없다.





엊 저녁. 혹여나 잊을까 싶어. 책상에 분명 시계라고, 또 카메라 라고는 큼지막 하게 써놓았건만 둘 다 가져오지 못 했다.

아쉬운 마음에 이를 악 물고, 없는 주머니를 털어 일회용카메라는 샀다만, 시계는 어찌 할 것인가? 

발길을 다시 돌릴수 없기에 무작정 수원으로 밟고 또 밟았다. 

12시쯤 되어  수원에 도착. 하늘은 유난히도 푸르고 볕은 다른 여느 날보다 더 따듯한 듯 했다. 


하늘도 내가 반갑구나. 



수도권을 지난 나의 목적지 오산 

"안녕하세요 오산시입니다"  라는 표지말을 보고 얼마나 감격 스러웠던지. 수도권을 지나 첫 목적지 오산. 

막상 주위엔 휑한 벌판과 검은 아스팔트만 있었지만, 이 벅찬 나를 보아줄 누구 하나 없던 그 곳. 

그 누구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고,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할 이 순간의 감정.

멀리 까지 뻗은 길 위로. 그 위로. 따라 그어진 도로 구획선을 향해. 그 뒤 지평선을 향해 소리 쳤다.


 "아~~~~~~~~~~~~~~~~~~~~~~~~~"



다음 목적지 평택.

밟고, 밟고 또 밟아야, 딱 밟은 그 만큼 만 올라주는 오르막길. 그 길은 한번을 어기지 않고, 

땀이 배인 바람과 내리막길로 나를 인도했다. 


작게 숨을 들이 쉬고. 내려 간다. 지긋히 눈을 감고, 내려간다.


바람을 따라 양 손을 펴서 어깨 만치 올려 본다.


워크맨에선  겨울 얼음을 손톱으로 톡톡 치는 듯한 음악이 흐르고,


                                                                                            [러브레터 o.s.t ]


바람은 볼에 배인 땀을 훔친다. 장갑 사이로 지나는 바람과 감지 않은 체인의 고저음.


두 다리로, 온몸으로 느껴지는 꿈이 아닌, 생각도 아닌 현실. 바로 그 도로의 진동



근 일주일을 꼬박 고민하며 계획했던 첫 날 목표인 평택 진입 목표 시간은 오후 6시 였으나, 3시간이나 이른 오후 3시에 도착 하였다. 시간이 너무 이르다. 쉬지않고 갈 때까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기로 한다.


배고픈 마음에  주머니 사정도 신경 안쓰고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천안공대생이냐는 아주머니 물음에 나도 모르게 '네' 라고 말하고 '학생은 2000원 할인' 이란 문구 봐주는 정도의 센스]



또 달린다. 달리고 달려  1번국도와  23번국도 나누는 지점. 주위는 온통 깜깜한 어둠이고 바람은 세차지기 시작했다.

도로 주변 어느 곳에도 인적이 묻은 건물 하나가 없고 도시에 그 흔하던 네온 빛 하나가 없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멀리 치의 휴게소를 발견하고 들어 간다. 물도 없고 돈은 넉넉치 못하고, 200원 짜리 자판기 커피에 허기를 달랜다.


그  시간의 그 곳의  사람들이 다 그런 기분이었을까? 휑한 주차장 구석에 서로 초면인 듯한 대여섯의 사람들이 난로가에 모여 불을 쬐고 있다. 조용히 그리고 나지막한 차분함. 이름 모를 아쉬운 듯 한 그 느낌. 모두가 그런 기분이었을까?


처음 본 낯선이에게 건네는 말. 어디서 왔냐고, 어디 까지 가느냐고 이 추운 날 자전거를 진짜 타고 온 것이냐고,


본인도 한창이던 소시적. 그 젊은 날에 공주에서 서울까지 갔었노라 하신다.


차령고개는 못 넘을거란다. 차령고개? 까짓 것 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인연이 그리 달 수가 있을까. 처음 본 나에게 위험하다며 자신의 트럭에 내 자전거를 실어 주셨다. 밤이라서 그랬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13t 트럭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막무가내 아저씨. 낯선 사람과의 인연. 낯선 장소에서 만난 사람의 호의.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당신도 여행을 좋아 하신다며, 이따금 이곳저곳을 다니신다는 아저씨 젊은날의 무용담을 들으며, 어느새 차령 고개.  


헉, 여긴 자전거 들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도로가 너무 좁아 이런 야밤에 다니는건 너무 위험하다. 

이 낯선이가 아니었으면 꽤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겠구나.


공주 도착. 아저씨께 감사하다는 몇번의 인사를 드리고 첫 날을 묵을 찜질방을 찾아 다녔다.

목욕탕 간판은 있으나 24시간 하는 곳은 없다. 길을 돌고 돌다가 다리 옆 불이 켜진 포장마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죄송합니다. 혹시 이 근처에 24 시간 하는 찜질방이 있습니까? "

"어쩌지 터미널 옆에 찜질방이 있던가.. 근데 밤에는 안 할텐데..."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 포장마차 앞에서 지도를 보며 꼬리를 무는 생각들. 


피씨방이라도 가야 하나? 계속 달릴까?


야밤에 어린 청년이 안타까우셨는지 아주머니께서  붕어빵 몇 개를 쥐어 주셨다. 붕어빵이 이 정도로 맛있었던 거였나?

이번엔  옆에서 가게를 정리하시던 주인 아저씨가 저녁은 먹었냐며? 컵라면을 주셨다. 붕어빵을 너무 많이 먹었는데도 잘도 들어갔다. 이게 꿀맛?

 여행 하는 사람이냐 물으시며 아주머니께서는 자기집에 재워 줬으면 좋겠지만. 


따님이있고, 단칸방이라집에  자리가 없다며 '어쩌나?' 하신다.


처음 보는 그리고 행색도 초라한 타지인일텐데, 그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 졌다.  

시간이 좀더 흐르고 가게가 다 정리 되었을 즈음, 고맙지만 더이상 있으면 폐가 될 듯하여. 

이제 그만 가보겠다고 했더니, 장사하고 남은 것이라고 하시면서 붕어빵과 삶은 달걀을 싸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어찌해야할지를 몰랐다. 감사한 두 분.



근처 파출소 위치 까지 알려 주시며, 그곳에 가보라고 하신다. 재워 줄꺼라고. 

아주머니께 몇번이나 인사를 하고는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잠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에 발길을 재촉했다. 

파출소에 막상 도착은 했지만 들어가서 말을 하는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쉽게 용기나지 않는다. 

들어가서 뭐라고 하지, 이름부터 말해야 하나 아니지 인사부터 해야지. 안녕하세요 한민성인데요. 하룻 밤만 재워주세요. 아니야 부랑자도 아니고,그럼 학생이라고 할까? 그래 학생이 좋겠다.

파출소 주위를 빙빙 돌다가 눈을 딱 깜고.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학생인데요."


순간 당직 근무 중인 경찰 두 분과 눈이 마주쳤다. 아 다음에 뭐라고하지? 파출소 입구 우측에 있는 검정 쇼파를 보고서는 

"여기서 해뜰 때 까지만 잠깐 눈 좀 붙이고  갈  수 없을까요?"'  



경찰님이 황당한 눈으로 나를 봤다가 동료분을 서로 보았다가 하시더니 웃으시며 그러라고 하신다. 혹시 병은 없냐고? 뇌졸증으로 갑자기 쓰러지면 우리 곤란하다고 반농담도 하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원은 조회해야 한다고 하셔서 집과 통화 후에, 건물 뒷편에 있는 당직 휴계실로 안내를 받아 눈을 붙였다.



얼마나 잤을까? 벽시계를보니 오후 2시40분이다. 아무리 좋은 분들이지만 이 시간 까지 자다니... 일났군. 옷을 추스리고 짐을 챙기고 시계를 다시보니 시간은 아직도 2시40분 시침이 움직이지 않는다. 시계는 멈춰있었다. 


이런.. 허.. 방에서 나갔더니..  

잠은 잘잤냐고 불편 하지는 않았는지? 아침은 어떻할거냐고 물으시며. 

라면을 끌여주신단다 사양했지만. 사양 말고 먹으라는 경찰관님 말씀에 감사한다고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방에서 혼자먹는게 편하겠지? 하시며 라면을 방에 놓아 주신다.


찬밥 김치까지. 라면을 먹다가 계란건더기를 봤다. 그 노오랗고 영롱한 자태라니. 

눈물이 날뻔했다. 그릇을 설겆이 하고, 알려주시는 빠른 길을 메모 받아 감사드린다고, 고맙다고 또 몇번의  인사를 드리고 아저씨 성함과 파출소주소와 전화번호를 받고 나왔다. 가는길에 지역 파출소와 검문소에 이야기를 해놓았다면서.


그리고 높고도 높던 언덕길을 지나 12시. 강경을 얼마 남겨 두고 달라붙은 허기를 때우기위해 길가에 섰다.


붕어빵 8개 달걍3개, 떠난다는 말에 굶고 다니지 말라며 고마운 친구가 준 초코바. 도로 한켠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가드레일에 앉아 붕어빵을 먹는다. 터진 팥이 조금 차기도 하지만 쫄깃 쫄깃한게 맛이 그리고 아주머니의 그 고마운 맛이 일품이다. 



건너편 도로에서는 지난 겨울 동안 쓰고 남은 염화 칼슘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어느새 겨울은 끝났다. 각자의 겨울 을 보낸 이들은, 이제 햇살이 비추는 봄을 서서히 준비 하고있다.



겨울이 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