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사 중인 사무실은 골목에 있다. 이 골목은 비교적 오래사신 분들이 많은 골목인데, 그런 곳에 짐 보따리를 풀자니, 재미난 것들이 몇개 있다. 첫 날. 낮 부터 할머님 한 분이 왔다 갔다를 반복하신다. 그리고 해질 무렵이 되니, 몇시간 낑낑대며 풀고 정리해놓은 것들을 앞 건너 골목 할머님이 오시더니, 이거 가져가도 되요? 예. 괜찮아요.
동네 친구분을 모셔오시곤, 자식이와 건물사이에 좁게 가지런히 놓은 고철이며 이것저것들을 집으려고 하신다. 제가 이따 차 빼드릴게요. 그때 가져가세요. 아니야. 금방 없어져.
차를 빼드릴까하고 들어왔다가. 키 찾고 나가 보니, 그 많은걸 십여분만에 다 가져가셨다. 그리고 매일 오후 세시경과 여섯시경이 되면 뭐 버리는 게 없는 지 보러 오신다.
뒷집 할아버지는 페인트 칠하는게, 골목에 이렇게 무언가를 하는 일이 오랜만에 보시는 겐지,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오후에 한 번 담배를 태우실 적 마다 사무실 문앞으로 와서 기웃보신다.
오늘 아침에는 나보다 일찍 사무실 앞에 자리하시고 본인 담배를 태우신다.
아이고 깔끔하게 했네그랴이, 알뜰하게 했나봐이. 아 옙.
삼일 만에 단골이 세분이 생겼다.
가게의 단골은 물건을 자주 사주는 분을 단골이라 부르는 것인데, 뭘 팔것도 없고, 자주 찾아 주는 단골이 세 분.
지금은 찬히 눈이 내리고 있고, 윗 층에 꼬마들이 이제 일어 났는지 눈이다 하고 소리치더니 뛰어 나갔다.
이제 시작이다.
20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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