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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잘 먹겠습니다ㆍ정보

당신이 먹는 게 삼대가 간다

2009년 SBS에서 방송된 <당신이 먹는 게 삼대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그간 우리 ‘둘러앉은밥상’은 먹거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현재 여러분의 몸은 2년 간 섭취한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을 해왔다. 헌데 이 프로그램의 제목에 의하면 우리가 먹는 것이 내 몸 하나 뿐만이 아니라 삼대까지 이어진다는 말이 된다. 이건 실로 놀라운 발견이아닐 수 없다. 우리가 먹는 것이 후손의 유전자까지 변화시킨다니 말이다.



산시성의 아이들


다큐멘터리가 처음으로 보여준 것은 중국 산시성의 아이들이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라 기형아들이다. 가슴 아픈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꾹 참고 보기로 한다. 산시성에서는 태어나는 아이들의 20명 중 8명이 기형아이다. 이유는 다름 아니다. 산시성은 높은 고원지대라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다.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은 엽산이 부족하다는 말도 된다.

태아도 사람의 형태가 되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세포를 분열하고 유전자를 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엽산이 부족하면 태아는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어 기형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즉, 산시성의 이러한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전체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과연 이런 불행한 유전자가 되 물림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 걸까?



피마 인디언들의 경우


뭐든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넘치는 것도 문제다. 메리 할머니는 애리조나 사막지역의 원주민인 피마 인디언의 후손이다. 그녀는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심한 당뇨병 환자다. 합병증으로 온 몸이 성한 데가 없다. 발목을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삶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더욱 문제는 이 불행을 메리 할머니 혼자 겪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메리 할머니의 가계는 대대로 당뇨병에 시달려왔다. 특히 가공식품을 먹으면서 당뇨병은 심화되었다.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있던 피마 인디언은 서구인들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면서 섭취하는 음식이 변했고, 그에 따라 몸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당뇨병은 아이들에게 이어졌다. 남자 63%, 여자 70%가 당뇨병에 걸려 발병비율이 세계 최고에 이르는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먹는 게 변했다고 대대로 전해지는 운명이 바뀔 수 있는 걸까?



네덜란드 기근

2차 대전 막바지인 1944년 겨울, 독일군이 네덜란드에 식량 공급을 6개월간 봉쇄해 수 천 명이 사망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여기엔 단순 역사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의학적 가치가 있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오래간 기근이 이어지고 뱃속에 영양이 부족하면 태아는 ‘세상 살아가기 힘들겠구나. 일단 무조건 많이 먹고 보자’는 의식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의식은 유전자에 새겨진다. 전쟁이 끝나고 네덜란드의 상황은 좋아졌다. 하지만 유전자는 변하지 않았다. 먹을 것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의 생각과 달리 세상엔 기름진 음식이 널려 있다. 그러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조금만 먹어도 비만과 당뇨에 걸리기 쉬운 것이다.



식단만으로 유전자를 변형시키다

잭은 전립선암을 선고 받았다. 전립선암을 선고받으면 대개 부위를 절제하거나 방사선치료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잭은 부엌으로 향했다. 그간 먹어온 식단을 정리하고 채소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으로 바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잭의 몸에서 암세포가 사라지고 유전자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실 잭의 ‘극~뽁’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의 가족력에는 심장병이 많았다. 50세를 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잭과 동생은 40대에 심장병에 걸리지 말자고 서로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 예방의학연구소의 딘 오니시 박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변화로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500개 이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잭은 식단조절로 암은 커녕 건강이 매우 좋아졌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46세 생일을 맞았다.



우리는 유전자의 주인이다

사람들은 유전자 허무주의에 빠져있다. “이건 전부 유전자 탓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애써 봐야 소용없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아니다. 강력한 유전자는 내 체질에 맞는 식단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위 사진을 보자. 3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임에도 형은 멀쩡하나 동생은 위암에 걸렸다. 100% 같은 유전자임에도 말이다. 쌍둥이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는 건 유전자에 메틸기라는 분자가 따라붙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분자는 마치 스위치처럼 유전자를 끄기도 하고 켜기도 한다. 이 메틸기는 엽산으로부터 온다. 한국사람이 미국에 가면 위암이 걸릴 확률이 높은 건 식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양의 식단은 이미 빨간불이 켜져 있다. 그들은 심각성을 깨닫고 이미 식단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건강한 식단은 오히려 아시아의 식단이다. 하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오히려 서양의 것을 좇고 서양사람들처럼 죽어간다. 유전자에 잘 맞는 식사를 하면 병이 생기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한다.

현대에도 석기시대처럼 산다는 특별한 원주민이 있다. 그들은 바로 남태평양의 작은섬 키타바의 원주민들이다. 이 곳 원주민들에게는 늙으면 병이 생긴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원주민들은 섬이라는 고립된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서구식 식단에 노출되지 않았고 조상들이 먹었던 식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노인들도 젊은이들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흔히 생각하듯 늙었다고 병에 걸린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게 아닌 것이다.


자!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이 우리 손에 있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후손의 건강을 생각하면 평생 태교를 한다는 기분으로 살아야만 할 것이다. 우리 더 이상 유전자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 우리는 유전자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