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앉은밥상의 한민성 대표책임사원(사진 맨 오른쪽)은 농업인들의 정성을 먼저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을 만나니 소비자들은 그 어느 제품보다 둘러앉은밥상의 제품을 신뢰한다.
●둘러앉은밥상을 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이 시구를 농촌현장에 적용하는 곳이 있다. 농산물에 하나하나의 이름과 그 의미를 부여해주는, 그래서 그 농산물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일을 사회적기업 ‘둘러앉은밥상’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둘러앉은밥상은 단편적으로 보면 유통업체이다. 생산자에게 제품을 받아 블로그 등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단편적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이다. 둘러앉은밥상은 물품을 선택하는 기준부터 차별화돼 있다.
“처음보고 바로 이 농산물을 우리가 유통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농산물이 괜찮다고 느끼면 먼저 생산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그들과 적어도 며칠, 길게는 몇 달을 생활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그분들이 어떤 생산과정을 겪었는지를 넘어 어떤 마음으로 그 농산물을 길러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민성 대표책임사원(둘러앉은밥상에선 대표도 사원이라며 이렇게 부른다)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둘러앉은밥상은 농산물 이전에 이를 길러내는 생산자를 아는 시간을 먼저 갖는다.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농산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몇 개월간의 시간을 거쳐 농산물을 선택하면 이를 자신들의 사이트(http://www.doolbob.co.kr)나 소셜미디어 등에 알려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영혼 맑은 농부의 땀이 녹아드는 곳. 내 아이를 그리고 아내와 부모님을 위한 건강한 밥상을 위해 농사짓는 곳. 정직하고 건강하게 키워낸 자식 같은 시골풍경의 농산물은 조금 부족한 듯 하여도 주인의 땀만큼은 원 없이 먹고 자란 녀석들입니다…’
둘러앉은밥상이 농산물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 글귀는 충북 음성의 시골풍경에서 재배되는 대학옥수수를 소개한 내용으로, 둘러앉은밥상은 생산지와 생산자명 등을 넘어 하나의 농산물이 나오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이 농산물을 재배한 농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함께 생활하니 자연스레 진정성 있는 소개글이 나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겐 믿음과 신뢰를 갖게 만들고 있다.
활자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생산지를 직접 소개하는 자리도 만든다. 어른들부터 아이까지 가족이 함께하는 캠프를 생산지에서 열고 자신들이 소비하고 먹는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느끼게 해주고 있다.
둘러앉은밥상이 가격에 붙이는 수수료는 15%정도이다. 단지 이 수수료가 농산물 유통을 해주는 값만도 아니다. 농가들의 인터넷사이트 구축에서부터 사진촬영까지 농가들이 요구하는 일들을 이들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둘러앉은밥상은 생산자에겐 ‘여러 줄 중의 하나의 줄’이 되길 바란다. 도매시장, 대형마트 등 농업인들이 자신들의 농산물을 출하하는 여러 출하망(줄) 중 하나의 줄, 그렇지만 그 어느 줄보다 단단한 줄이 되길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한민성 사원은 “농업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판로인데 하나의 판로만 가지고 있으면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관계가 되기 쉽다”며 “판로를 여러 줄로 구축하고 그 중의 하나가 둘러앉은 밥상이 되길 바라며, 특히 여러 줄 중 가장 단단한 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러앉은밥상은 소비자에겐 믿음을 줄 수 있는 곳이 되길 원한다. 한민성 사원은 “아이와 같이 캠프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에게서 우리 아이가 캠프에 다시 가고 싶어 하고 지금도 아이는 지역농산물만 먹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다”며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먹거리를 전해준다는 믿음과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다짐했다.
품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다양한 유통업체에 출하시킬 능력이 되는 고영문 뜰지기지만 그는 둘러앉은밥상이 최고라고 말한다.
●생산현장은/지리산자연밥상영농조합
“사회적 기업이 뭡니까. 이윤을 내지만 사회적 공익도 같이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딱 그러했습니다.”
2009년 귀농해 지리산에서 기능성 나물 등을 재배하고 있는 전남 구례군 소재 지리산자연밥상영농조합 고영문 뜰지기(지리산 뜰을 지키는 농사꾼이란 의미로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는 둘러앉은밥상을 농업계의 공기로 보고 있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둘러앉은밥상이라는 것.
고영문 뜰지기는 농촌도 이제는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단순 농산물 생산을 넘어 이 농산물이 생산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 그래야 소비자들이 그 농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값싼 수입산과 경쟁해 비교우위도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둘러앉은밥상이 해주고 있다는 게 고영문 뜰지기가 그동안 둘러앉은밥상을 본 평가이다. 그는 “둘러앉은밥상은 농촌의 부족한 부분을 긁어주면서 마케팅을 한다”고 평했다.
물론 지리산자연밥상의 판로가 둘러앉은밥상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생협이나 대형마트 등에도 높은 가격에 지리산자연밥상의 농산물들이 유통되고 있다. 해발 800m이상의 친환경 생산기반에서 자연 그대로 생산되고 있으니 높은 품질에 제대로 된 가격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고영문 뜰지기는 그 어느 유통업체보다 둘러앉은밥상이 대견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고영문 뜰지기는 “둘러앉은밥상은 어느 유통업체나 단체보다 농촌을 사랑하고 농업인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며 “이들이 이로 인해 다른 업체들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적어도 고영문 뜰지기에겐 둘러앉은밥상이 가장 굵은 줄이 돼 가고 있었다.
소비자 한송이 씨는 상세한 재배정보 덕에 둘러앉은 밥상을 통한 농산물 구매 만족도가 한층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는/성남 한송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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