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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잘 먹겠습니다ㆍ정보

식자재 유통도 대기업 ‘활개’…SSM논란 재연되나

[한겨레]대상·CJ 등 전국 곳곳에 지점


골목 떡볶이점까지 직접 납품


영세상인들 "저가공세에 위기"


사업조정신청 16건…1건 해결

"돈 많은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뺏어 먹으려고 하네요. 영세업자들은 죽으라는 건지…."

지난 22일 아침 7시30분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지구에 있는 대흥식품의 김만금(57·여) 대표는 손님들에게 식자재를 건네다가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4월 ㈜대상의 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 풍암점이 바로 옆 건물로 입점한 뒤, 매출이 20~30%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소규모 요식업소에 간장·된장·고추장 등을 직접 납품하는 식자재 유통업까지 진출하자 영세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광주지부와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는 지난 21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상베스트코 풍암점 앞에서 대상의 식자재 유통업 철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용재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대상베스트코가 2010년 각화동에 신다물유통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매장을 4월1일 풍암점과 함께 대상베스트코 지점으로 변경해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화동농산물센터 인근 한미상회 김경호(59) 대표는 "대상 쪽이 사표를 낸 직원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영업을 시작했다가 간판을 바꿔 달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유통연합회 소속 회원 200여명도 지난 5일부터 팔달구 우만동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매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 식자재 유통업은 실질적인 경쟁 없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사업영역으로 꼽힌다. 식자재 소매 유통업은 아직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상은 2010년 2월 설립한 자회사 대상베스트코를 통해 전국 40여곳에 지점을 냈다.

씨제이 그룹 계열사 씨제이프레시웨이는 2009년부터 프레시원이라는 도매업체에 지분을 투자해 중소형 식자재 유통업에 진출했다. 씨제이프레시웨이는 경기 2곳, 광주 하남산업단지 안 1곳, 대전 1곳 등 전국 4곳에 대규모 광역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영세 식당에 식자재를 배달하거나 작은 점포에서 식자재를 팔던 전국의 5000여 영세 상인들은 대기업의 대량·저가 공세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동주 한국유통상인연합회 실장은 "대기업들이 도매유통(총판·대리점)에 그치지 않고 식당과 떡볶이점 등에까지 식자재를 직접 납품하고 있다"며 "1~5인 규모의 영세 식자재 납품업체에 종사하는 60만여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영세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사업조정으로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청 집계 결과, 식자재 유통업과 관련한 사업조정 신청은 2011년 8월 처음 접수된 뒤 광주·수원·전주·대구·원주·익산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16건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1건(씨제이프레시웨이 안양점)만 해결됐고, 조정중인 15건 가운데 14건은 대상베스트코를 상대로 한 것이다.

대상베스트코 쪽은 수원유통연합회가 지난달 31일 사업조정 신청을 내자 영수증 3장을 제시하며 '이미 영업을 개시했기 때문에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완기 수원 경실련 사무처장은 "대상의 진출이 지역 중소기업 생존권에 직접 피해가 가는 만큼 사업조정을 피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상인들과의 책임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수원/정대하 홍용덕 기자daeha@hani.co.kr

<한겨레 기사> : http://m.media.daum.net/media/sisa/newsview/20120624211006731 <=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