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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금이간 항아리] - 그렇게 아직도 설익은 둘밥을 행하는 이유.


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의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다.

물을 가득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반쯤 비어 있었다. 금이 갔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른쪽 항아리는 가득찬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주인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요청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간 나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 것으로 쓰세요." 

그때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는단다.우리가 지나온 길 양쪽을 바라보아라.물 한방울 흘리지않는 오른쪽 길에는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이지만,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무성하게 자리지 않니?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니? 나는 그 생명을 보며 즐긴단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명문대를 나온 어떤 학생을 알고 있다.

부모의 완벽함 때문에 그 자식이 죽어가고 있었다.

2등을 해도 만족이 없었다.

심지어 1등을 해도 전교 1등을 해야한다고 또 다그쳤다.

그 아이의 심성이 아스팔트 바닥같이 메말라 갔다.

좀 금이 가면 어떤가?

틈이 있으면 어떤가?

좀 부족하면 어떤가? 

세상을 황무지로 만드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영국 의회에 어떤 초선 의원이 있었다.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데, 청산유수로 너무나도 완벽한 연설을 했다.

연설을 마치고 난 다음에 연설의 대가인 윈스턴 처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기의 연설에 대해서 평가를 해 달라고 했다.

물론 처칠로부터 탁월한 연설이었다라는 평가와 칭찬을 기대했다.

그러나 윈스턴 처칠의 대답은 의외였다. 

"다음부터는 좀 말을 더듬거리게나! 너무 완벽하면 정 떨어진다. "

.

.

한방울의 물도 떨어뜨리지 않는 항아리는 황무지를 만든다고 합니다. 옛말에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습니다.

금이 갔기 때문에 훌륭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왕자병과 공주병의 자만심에 빠져서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교만하고 거만하고 까탈을 부리다가

실패한 삶을 살다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 이 글은 몇년 전 부터 인터넷을 떠도는 글로, 원작자를 아직 찾지 못해 누구의 글이라 말씀드리 못하였습니다. 000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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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올림픽 연설 후 얼마가 되지 않아 둘밥 사업 pt가 있었다. 

몇개월을 준비했고, 두근반 세근반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또 뭐이렇게 부족한 가 했지만, 일단은 좔좔좔 쏟아 내고 나왔다.

이 후에 사무실을 찾은 한 증권사 임원분은 김연아 같았었다는 극찬을 해주셨다.


헌데 그 날 이후로 사업 pt는 점점 꺼려지는 일 중 하나이다.

피하지는 않지만, 굳이 찾아 나서지 않는 것이.

알면 알 수록 부족함을 느끼고, 

시간이 갈 수록 모르는 일이 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대체 무엇인지 갈피를 못잡던 어느날, 

둘밥을 이야기하여야하는 날이 왔고, 

또 버릇 대로 a4 지에 주럭주럭 써둔 대본을 외우고 있었다.

검정펜으로 고쳤다가 초록색으로 고쳤다가, 붉은펜으로 다시 고치고 외우고,

오랜만의 나섬이라 그랬을까? pt 파일은 처음 부터 말썽이었고,

리모컨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직 다 외지도 못한 대본을 내려 놓고 

마이크를 잡았다.


(...)"아직 둘밥은 이렇게 잘 하고 있습니다. 이런 귀중한 일들을 했습니다 하고 발표를 하러 다니진 않습니다. 다만 오늘은 그동안 선배님들 좇아 다니면서 도대체 뭘 느꼈니? 하는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략 길고 긴 30분이 흐르고, 마이크를 내려 놓았다.


시작 전에 화장실은 열 네 번을 다녀왔고,

끝나고 앉은 의자 위에서 떨고 싶어지는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날 영상을 받았고, 둘밥의 정신적 스승 @김홍길 선생님에게 들고 갔다. 


"잘했어."

- 긴장을 너무 많이해서요....

"아니야 그 정도면 되었어. 긴장 안했으면 클 났을 거야"


몇 달 전 대화. 

문득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읽다가. 그날 김홍길 선생님의 그 한 마디가 생각났다. 



숙달 되는 것은 추구하지만,

온 살갗으로 느껴지는 이 긴장선은 늘 마음에 

품고 싶다. 그래야 더 온저히 나를 또 주위를 바로 볼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