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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다반사/서툴러도 괜찮아

SNS도 온도가 있다? 정보를 나눈다는 것.


요즘 채식 체험(http://www.doolbob.co.kr/296)을 하면서 운동을 병행하고있다. 하루는 샤워를 하는데, 내 나이 즈음 되보이는 청년이 샤워를 하시는 어르신에게 큰 소리를 내었다. 

아저씨 여기서 소변을 보시면 어떻해요.

마침 수영장 타임이 끝나고 들어가는 시간이라 샤워장은 꽉차있었고 약 삼십명의 발가벗은 남자들의 시선은 모두 그 아저씨를 향하였다. 아저씨는 미동도없이 눈을 감고 계신듯했다. 청년도 너무 시선이 몰리니 조금 미안한 눈치였다. 

아저씨는 나지막히.. "안 *어요..."

저한테 자꾸 튀겼잖아요.. 

이 한 마디에 샤워장은 소리없는 웃음 바다가 되었다. 웃고는 싶은데 차마 소리내 못하는 소리없는 아우성. 생각해보니 남자 샤워장에선 갇힌 사우나에서 방귀를 뀐다거나, 젖은 몸을 닦지 않고 그대로 탈의실로 들어가 일하신는 분들이 계속 걸레질을 하게 한다거나 참 잊기 쉽고 소소한 것들로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SNS에서는 어떨까. 바로 대꾸하지도 못하고, 외면하는 것도 어려운 수동적인 소통 공간. 소통도 한 텀을 띄어야 하는 이 곳에서 나는 '소소함'이란 말로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는지, 또 나는 누구에게 피해를 받고 있는지는 않는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그러던 중 몇일 전 받았던 메세지 한 통이 생각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핀란드에 살고있는000 이라고 합니다.

한번도 직접 뵌적도 없고, 페북으로 알게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며칠전 올려주신 김승범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참..가슴이 따뜻해지고 그런 분들이 한국에 계심에 감사했습니다.. 10년전쯤 저도 큰 대학병원에서 의료인으로써 일을했었습니다. 현실을 극복하고 의료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것들의 70%정도밖에 해주지 못한것도, 어찌보면 권위라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함은 아니였는지..깊이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그 분야에 있진 않지만..'어떻게 살아가야될까' 에 대한 물음에 한참을 생각하게 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강의 중간에 김승범 선생님이 치즈케잌과 커피를 병원에서 팔면서, 그 고객들이 그것으로부터 또한 마음의 치유를 받고, 위로받고, 회복해 갈 수 있다는 믿음과 배려에 다시한번 놀랬습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답게 다가간다면.. 환자들 또한 그 마음을 알아주는 날이 반드시 오길 빌어봅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봄입니다. 낯선이에게 이렇게 감사의 편지를 보냄이 어색하긴 하지만, 저 또한, 인간적인 모습이 인간적으로 전해짐을 믿는 사람중에 하나이기에 이렇게 작지만 감사의 쪽지보냅니다. 감사하고, 계속 좋은일에 해주세요!! 화이팅!


000 드림


소소하고 잊기 쉬운일로 상처를 주는 일상. 이 메세지를 받고선 이 소소한 일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채우는 일을 돕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얼마전 신촌에서 맥주  이야기를 나누었던 친구는 


"경쟁이라는 사회에서 감정을 소비 하지않고 올라서는 것이 효율적이라면, 그리고 그런 행동이 일상을 편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상위 계층으로 그룹 짓게 된다면, 이 시대 높은 사람들이란 사람들의 상당 수는 감정의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모두가 그 곳을 좇게 되면 X맨의 초능력자들 처럼 사회의 소수인 사이코패스 집단이 다수화되고 평범이란 말로 불리어졌던 사람들이 소수화 될 수도 있겠다."


세상은 늘 변하고 있고, 이 안의 나는 보다 자신을 챙기기위해, 또는 가족이나 꿈 때문에 불필요한 것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행동패턴에서 나오는 부작용중 하나는 내가 소소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생각함으로서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가책이나 마음쓰임의 에너지를 제거하는 일이다. 외면하면 보다 편하게 살 것이고, 져버리면 보다 앞을 좇는 일이 수월할 것이다.


온라인와 오프라인의 구분없이 이 소소함은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줄 것이다. 그것은 감정의 무시로 오는 편암함일수 있고, 배려로 오는 따듯함 때문일수도 있다. 나는 오늘 어떤 소소함을 가지고 살았는가? 또 어떤 소소함으로 하루를 채워 갈 것인가.


소소하다고 무시하면 맨날 이 노래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암 쏘소소리~ 벗 알러뷰~"


여하튼 샤워장 사건은 아저씨의 너털웃음으로 마무리되었고, 당사자 두분도 목례로 얼버무리며 서로 사과를 하셨다. 

그리고 오늘은 봄비가 찬히 내리고있다.